004 | 오페라 속의 미학 Ⅰ: 몬테베르디에서 진은숙까지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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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숙·오희숙 저, 음악세계, 2017
오페라는 한마디로 음악으로 말하는 연극이다. 오페라에는 노래가 있고, 문학이 있고, 춤이 있고, 화려한 미술(무대장치 및 의상)이 있다. 이 모든 것이 결합한 하나의 총체적 예술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오페라에는 철학이 있다. 인본주의로의 회귀를 표방했던 르네상스 시대에 시와 음악의 완전한 합일을 이루었던 그리스 비극의 재현을 이루고자 한 오페라 태동의 이유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오페라는 당시 사회적 문화적 요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각종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페라를 사랑한 학자들은 오페라 속에 담긴 이 의미들을 풀어내고자 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미학적 논쟁과 가치판단의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뮤지컬이 대중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오늘날, 오페라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상한 취미로 전락한 상태이다. 오랜 시간 이어져왔던 오페라의 시대는 막을 내리는가? 오늘날 오페라는 과연 유효한가? 그들만의 세상 속에서 자칫 피상적인 논쟁만 지리멸렬하게 오가는 것은 아닌가?
이 책은 이러한 의문들에 대한 답이다. 과거는 과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현재와 미래는 과거를 토대로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여전히 오페라는 유효하다. 이에 저자들은 몬테베르디로 대표되는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부터 진은숙의 현대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9개의 작품을 선정해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악행을 저질렀지만 마리아와 같은 순교자로 거듭난 매리', '달콤한 로맨티스트로 묘사된 폭군 네로', '가부장제 사회의 맥베스 부인', '혼인빙자 사기극을 철썩 같이 믿는 봄봄 속의 나'와 같은 다양한 인간군상과 그들을 둘러싼 세계들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현실세계 속에서 재편되고 서술되고 있다.
몬테베르디의 포페라의 대관은 '평민'관객을 위해 웃음 장치를 곳곳에 배치하였다. 초창기 오페라는 주로 카니발 기간에 공연되었기 때문에 정서적 공감으로 웃음과 즐거움을 선택한 것이다. 또한 오페라 극장의 부흥을 이끈 평민 관객들의 공감은 흥행에 가장 큰 요소였다. 따라서 초기 오페라는 예술성보다 오락성을 더 중시했으며, '대중'에 가까이 하려했다.
진은숙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오페라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존재에 대한 물음을 하는 앨리스를 통해 근대적 세계에서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의 모습을 나타낸다. 근대적인 자아를 지닌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서 겪게 되는 존재에 대한 성찰을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반문하고, 이를 통해 근대의 인간의 모습을 이상한 나라에 사는 인물들과 끊임없이 충돌을 빚어낸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오페라 가수, 악기의 음색과 기교로 표현되고 연출된다. 이처럼 오페라는 청중과 가까이 하려했고, 인간사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고자 했던 장르였다.
그 외에도 급변하는 사건의 전개, 인물의 행위에 대한 타당성 부족, 밤의 여왕에 대한 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 대한 재해석. '다큐멘터리 디지털 비디오 오페라'라는 장르로 오페라를 재설정하여, 20세기 테크놀로지와 인류와의 상관관계를 표현한 스티브 라이히 〈세 개의 이야기〉 등 고전 오페라와 현대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시대 흐름에 따라 오페라라는 장르가 어떻게 재규정되고, 기존 작품이 어떻게 재해석되는지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무대, 연출, 문학, 음악 등 청중을 매혹시키는 많은 요소 가운데 오페라라는 장르 본질은 음악이다. 각 장의 끝에 수록된 DVD 정보를 참고하여 음악을 들으면서, 저자가 해석한 내용을 생각해보는 것도 오페라를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